무모한 LBO M&A로 ‘성원그룹’의 몰락을 불러온 성원건설의 ‘대한종합금융(前 대한투자금융)’ M&A 이야기
1990년대 중반, 거품 경제의 절정 속에서 건설업의 한계를 돌파하고자 했던 성원건설의 '대한종합금융(前 대한투자금융)' 인수는 한국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기형적이고 파괴적인 M&A 사례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1977년 설립 이래 관급 공사와 신도시 개발로 급성장한 성원건설은 경기에 민감한 건설업의 리스크를 헤지하고 성원그룹의 전천후 자금조달 창구를 확보하기 위하여 종금사 인수에 사활을 걸었습니다.
그 결과 1995년 9월, 미원그룹이 보유한 ‘대한투자금융(이후 사명변경, 대한종한금융)’ 지분을 장외 및 블록딜 방식으로 전격 인수하게 됩니다.
당시 인수가액은 주당 5만5,000원에서 5만6,600원이라는 막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얹혀 약 1,500억원 규모에 달하였습니다.
자본금이 300억원에도 못 미치던 성원건설이 이 천문학적인 딜을 성사시킨 이면에는 이른바 '자칭 한국형 LBO(차입인수)'라는 편법적인 자금조달이 숨어 있었습니다.
성원건설은 자본금 32억원에 불과한 계열사 '모던인스트루먼트'를 내세워, 역설적이게도 피인수 대상인 대한투자금융으로부터 150억원을 대출받아 그 자금으로 대한투자금융의 지분을 매집하는 모럴 해저드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피인수 기업의 금고를 열어 그 기업을 사버린, 철저한 무자본 차입 경영의 서막이었습니다.
이후 시간외 대량 매매를 통하여 지분율을 38%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이사회를 완벽히 장악한 성원건설은 대한종금을 성원그룹의 사금고로 철저히 전락시켰습니다.
대한종금의 여신 능력을 동원하여 1997년 미도파 주식 186만여주(지분율 12.63%)를 매집하며 대농그룹을 상대로 적대적 M&A 분쟁을 일으키는 등 무리한 외형 확장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러나 단기 외채를 끌어와 장기 대출로 돌려막던 기형적 수익 구조는 1997년 IMF 외환위기라는 거시경제의 충격 앞에서 처참하게 붕괴하였습니다.
성원건설은 대한종금의 뱅크런과 연쇄 부도를 막기 위하여 900억원의 성원그룹 자금을 긴급 수혈하였으나 실패하였고, 결국 막대한 인수 부채를 떠안은 모기업마저 1999년 1차 부도를 맞으며 화의 절차에 들어가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이 딜의 가장 뼈아픈 역설은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7년에 완성됩니다.
얽히고설킨 빚과 담보권 청산 과정에서, 과거 모기업의 빚보증과 무리한 LBO 희생양이 되어 파산했던 옛 자회사 ‘대한종합금융(당시 관재인 예금보험공사)’이 지분율 23~34%를 확보하며 성원건설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것입니다.
자신이 극단적인 레버리지로 착취하고 파산시킨 자회사가 세월이 흘러 몰락하는 모기업의 목줄을 쥐게 된 이 전무후무한 블랙 코미디는, 산업 시너지 창출이라는 M&A의 본질을 망각하고 타인 자본을 무분별하게 차입하는 약탈적 인수가 결국 기업을 어떻게 파멸로 이끄는지 증명하는 가장 완벽하고 쓰라린 역사적 반면교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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